기억 ,인상 ( Memory , impression )
이미지가 이미지로 남을 때 그곳은 같은 공간이지만 각자의 장소로 남는다. 이미지는 기억, 경험, 감성이 덧칠해져 개별화 된다. 농부의 들녘풍경은 여행자의 풍경과는 분명 다른 질감 일 것 이다.
시간이 그린 흔적은 기억 속에서 감성을 부른다. 원인이 없는 흔적은 없지만 의도되지 않은
자연의 언어는 깊은 울림을 갖고 있다. 정지되고 분리되어 보이지만 풍화를 겪는 바위처럼 공간과 사물은 끊임없이 조응하고 반응하며 섞여간다.
무심히 지나치는 이미지들 위로 빛은 어디에나 비추고 형태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각자의 명암과 색을 정하고 그림자를 만든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색을 포함한 이미지들이지만 단순한 풍경으로 지나친다. 화가는 공간에 떠도는 무수한 조형의 언어들을 재료로 화면 안에서 다시 조합하고 질서를 만든다. 그것이 자연의 조형언어가 품고 있는 깊은 울림을 조금이라도 닮기를 바란다.
보다, 보이다. ( See , Perception )
보다, 보이다.(See, perception)
물과 안료가 붓과 나이프를 통해 젯소가 발려진 평면위에
흔적을 남긴다 그것들은 일정한 규칙을 가지며 리듬을 만든다.
작은 리듬들이 큰 줄기를 이루고 전체의 리듬을 만들어
화면에 통일감을 형성한다. 중력은 수분을 끌어당겨 수평적인 궤적에서 수직의 흔적으로 내용을 보충하며 시각적인 균형을 이루어준다.
붓의 터치로 화면안에는 속도와 리듬이 남겨지며 작가의 흔적을 머금는다.
빛을 받은 사물들이 묘사되어 있지만 평면을 거스르는 지나친 입체감을 피하고 있다.
신호등과 그앞에 늘어선 사람들,
그앞을 지나치는 자동차. 역광 속에서 실루엣만 보여서 한덩어리로 보이는 무리들이지만 한사람 한사람은 모두 다른 이야기를 갖고 있다.
신호가 바뀌면 길을 건너서 각자의 길로 걸어간다.
그리고 다음 사람들이 또 그 곳에 서고 신호를 기다린다. 거리에 서서 건너편에 있는 무리들을
거울처럼 마주대하면
세대가 지나가고 또 지나가고 ...내 자신이 지금있는곳과 내가 사는 방향 ,
내가 가려고 하는곳을 생각하게 된다. 문득 내가 보는 것들이 필터가
끼워진 렌즈처럼 원래 사물보다 더 회화의 한 부분처럼 보여진다.
그 곳에 구도와 색 ,솜씨있는 드로잉 선같은 형태들이 끊임없이
서로 관계를 맺고 영향을 주고 받아서 시각적인 감흥을 일으킨다.
동굴 벽에 그림을 그렸던 원시인처럼 그것이 예술이건 주술이건간에 관람자와의 소통은
있었으리라
그림은 본연의 역할이 있다.
그림이 음악을 표현 할 수는 있지만 음악 자체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기호처럼 서로의 감정을 소통하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고 본다. 신호가 주는 의미,
우리가 서로 약속하고 지키기로한 규범들 ,우리가 만들어낸 도시라는 공간,
너무 익숙해서 이제는 오히려 자연의 풍경보다 익숙한 이러한 것들이 우리의 삶을
너무 몰가치하고 피폐함속으로 몰아가지 않게
감성을 챙기고 멀리서 다시 새롭게 보고 ,속에 품은 것들도 다시 눈여겨 보는 마음을 얘기하고
싶다. 도시는 자칫 우리를 삼키고 처음에 만든 목적보다 안 좋은 방향으로 우리를 내몬다.
이곳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터전일 수 밖에 없다면 그림처럼 균형을
생각하는 일이 필요하다.
길 위에서 ( On the road )
본다는 것은 보이는 것을 보는 것이다.
우리가 봤다고 믿는 것들은 개인의 관념에 따라 다르게 인식된다.
자칫, 관념은 허상을 만들고 섣부르게 일반화되기도 한다.
그림을 통해서, 늘 곁에 있지만 잘 인식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빛과 색채로 드러나는 존재의 형상과 내재되어있는 것들,
생성과 소멸 앞에서 고독하고 처연한 우리들의 한쪽 면에 대해서,
또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공유하고 싶다.
모두 자신의 인생이 우주보다 소중하지만 군중 속에서 타인의 형상은
무심한 풍경일 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마음이 없으면 봐도 보이지 않고 진정을 다해야 더 보인다.
우리는 길 위에 서있다.
보이는 것과 , 보이지 않는것 ( Visible and invisible )
보이는 것들은 나의 인식이고 나는 그것을 별 의심없이 받아들인다.
이 인식을 타인도 공유하고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빛에 의해 변화하는 색과 끊임없이 외부에 반응하고 변화하는 형태들...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나는 좀 더 온전히 사물을 인식한다.
그림을 그리는 이는 개인의 인식을 시각적인 수단을 통해
타인과 공유하고자 한다.
눈에 보이는 형태와 대상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는
일반적인 테두리가 있지만
모두 각자의 몫이다.
현재는 언제나 찰라에 지나가며
인식하는 순간 그것은 과거가 되어 정리되어진다.
정지되어 있는 형태는 별로 없어보인다.
나름대로 변화해가며 울림과 리듬을 갖고 있다.